OblivioN the Gothic Lolita Metamorphosis.

트랙뷁 - ESTi님 블로그.

오블리비언
OblivioN the Gothic Lolita Metamorphosis

OblivioN the Gothic Lolita Metamorphosis
Concept Image (Title and Typography Design) by ESTi


사실 음악을 만들어놓고 들려주어서 한번에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것을 말로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것은 음악적으로 실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워낙 최근 주위에서 말이 많은 지라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블로그도 닫은 와중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오블리비언의 제작 동기

이 곡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DJMAX 에 아직 Classic Remix 악곡들이 업데이트 되기 전이었습니다. 당시 DJMAX 에는 보다 대중적인 악곡 구성을 위해 많은 리듬 게임들이 차용하고 있는 클래식 곡의 현대풍 리듬 게임에 걸맞는 리믹스 추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을 때였는데, 마침 그 시기에 DJMAX 의 사운드 프로듀서인 Croove 씨가 저에게 클래식 곡을 1곡 리믹스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시 본업으로 진행중인 다른 게임의 음악 일 때문에 (DJMAX 의 곡 작업은 외주 형식입니다) 스케쥴 상 제작이 더디었고,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만 저도 상당히 게을렀기 때문에 DJMAX 용 클래식 곡 리믹스의 제작 시기를 놓쳤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 계획을 취소하고 하던 대로 오리지널 곡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 때 아쉬움을 남기면서 클래식 리믹스로 상당히 만들고 싶었던 곡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망각(Oblivion)' 이라는 곡이었습니다.

'망각' 이라는 곡은 제가 너무나도 존경하며 제 자신 말고도 전 세계인이 존경하는 탱고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지금은 돌아가신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olla) 어르신의 대표곡 중 하나입니다. 너무나 유명하고 명곡인지라 사실 저같은 허접이 피아졸라 어르신의 곡 제목 단어만 가져와서 쓴 것 마저도 상당히 발칙한 행위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선대의 훌륭한 음악인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표현하고 싶었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일단 곡 제목부터 Oblivion 이라고 정하고 나서 피아졸라의 곡과는 다른 DJMAX 용의 곡을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Oblivion 의 연주곡 가운데 원래의 반도네온(Bandoneon) 음이 아닌 바이올린 연주 버젼으로 유명한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Gidon Kremer) 의 연주곡이 제가 만들게 된 OblivioN The Gothic Lolita Metamorphosis 의 핵심 요소인 'DJMAX 플레이어에게 바이올린으로 애수의 선율을 연주하게 하자' 가 되었습니다.

물론 피아졸라의 Oblivion 은 클래식이라고 할 수 없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1년전인 1984년의 음악입니다만, 그 곡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걸 처음 들었던 어렸을 적에는 전 그냥 클래식 곡이라고만 생각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이 그냥 들으면 클래식인가?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네요) 이걸 리믹스 하겠다 라고 발상한 것 자체부터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긴 합니다만, 웬지 그러면 안되는 것을 하고싶었다는 것이 묘한 집착을 낳게 되더군요. 그래서 곡 작업은 그냥 강행하였습니다.

또한 제작 동기가 된 피아졸라의 곡이 영화 음악이라는 점 역시 모티브로 작용하여 기본적인 곡 구성을 드라마틱하고 영화음악처럼 하자. 라는 것도 제작 동기이자 장르 결정의 일부가 되었으며, 바로 전에 공개되었던 DJMAX 용 악곡인 「SIN」과는 얼핏 들으면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크게 다른, 클래식 리믹스의 기본인 '대중성' 을 고려하여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분위기' 를 고집하는 것 역시 이 곡을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ESTi 작곡의 또다른 OblivioN이 완성되었고, DJMAX 에 무사히 프리미엄 서비스로 런칭되게 되었습니다.


○ 장르에 대해

DRAMATIC TRANCE 라는 해괴한 장르를 붙였습니다만, 사실 제가 만든 이 곡을 트랜스(Trance) 라는 장르라고 부르는 것은 마치 지금은 군대 간 연예인 장혁이 싸이더스 첫 데뷔 시절 가수로 잠깐 나왔던 시절의 데뷔곡 장르가 트랜스라고 쇼프로에서 설명하던 황당한 일화에 맞먹을 정도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저 역시 DJ Tiesto 같은 유명한 아티스트를 비롯하여 Armin van Buuren 형님이나 Above & Beyond, Micro de Govia 같은 euphonic 레코드의 저먼 트랜스 같은 것을 즐겨 듣는 트랜스 애호가이고, 그런 매니아 들이 원하는 Trance 가 무엇인지 대강은 알고 있습니다만 우선 첫째로 저는 본격적인 스타일로서의 트랜스를 만드는데에 있어서는 (본토의) 감각적으로 상당히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제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어설프게 흉내내기 보다는 그냥 내 나름대로 표현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여 스타일을 만들어갔습니다.

또한 리듬 게임이라는 제한된 규격을 가진 환경에서 Trance 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게임용 곡으로서의 문제점이라던가, 반복 위주의 구성이 가지고 있는 선호도의 편차 등등 역시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편곡적으로 Trance 의 '음색' 만을 빌려오는 정도로 타협을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곡은 엄밀히 말하자면 장르와는 맞지 않고, 오히려 Classic 성분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장르를 가르고 가르는 행위 자체가 상당히 의미 없는 일이 아닌가 하고 예전부터 생각해 왔기 때문에 뭔들 어떠리. 하는 심리로 극적인(Dramatic) 생과 사의 이동(Trance) 이라는 의미의 Dramatic Trance 라는 장르명을 정했습니다.
Trance 는 라틴어로 '삶에서 죽음으로의 옮김' 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오블리비언의 BGA 의 스토리에서 생과 사를 교차하는 인형과 소녀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심오한 설정에 연관된 장르명 결정 까지는... 노린게 아니라 그냥 우연입니다. orz


○ 멜로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습니다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혹시 표절한게 아니냐 라는 가슴아픈 말 까지 나오고 있는데 정말 가슴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강타 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고 칸노 요코 처럼 클래식과 비슷한 곡을 만들어도 훨씬 더 감동적인 연출을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지지도 않은 저같은 평범한 사람이 표절 같은거 했다가는 요즘같은 무서운 인터넷 세상에는 완전 매장 당하여 재기 불능입니다.


하지만 멜로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는 감상은 저 역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 쓰는 곡을 익히 들어보신 분은 잘 느끼시리라 생각됩니다만 애초에 멜로디를 이렇게 다이렉트하게 앞으로 꺼내놓는 일은 제겐 거의 없는 일입니다. 즉, 이것은 바로 위에서 설명한 곡의 제작 동기의 concept 자체에서 미리 정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멜로디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체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발생시킨 일입니다.

아마도 이 곡과 멜로디가 비슷한 곡은 상당히 많이 발견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장 빠른 예를 들자면 뉴 에이지라는 장르의 입문곡으로 음악 애호가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그리고 음악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방송이나 매체에서 줄기차게 써먹어서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듯한 노르웨이의 2인조 그룹 Secret Garden 의 'Song from a Secret Garden' 이라는 곡이 떠오르지 않으셨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시크릿 가든의 경우 메인 멜로디가 역시나 바이올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Oblivion 과 Song from a Secret Garden 의 멜로디와 코드전개를 악보로 찍어놓으면 제가 보아도 '비슷' 은 하지만 '다릅니다'. 특히 세번째 마디부터 여섯번째 마디까지가 너무나 유사하다고 느끼시겠지만 다섯음 씩 진행되는 중간 멜로디의 평행이동은 이렇게 멜로디가 정박으로 가는 대위선율에서는 매우 흔한 전개입니다.

이렇게 어렵게 설명할 필요 없이 이 두 곡은 굉장히 닮았으며 그 점 역시 저도 잘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크릿 가든의 곡은 누구나 알고 있는 너무나 명곡이고 저도 곡을 만들어놓고 나서 혹시나 Secret Garden 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는 우려를 했습니다만 그렇다 해서 사람들이 들어서 좋은 느낌을 얻을 수 있는 멜로디가 가야할 가장 좋은 길을 놔두고 어렵게 비켜간다는 것은 비굴한 느낌이 들더군요.

곡에 Original 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제작자로써 달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Original 을 위한답시고 난해하고 어렵게 가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웬지 포기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작품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상업음악주의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듣기에 좋게' 가 우선입니다. 거기에 도덕적 문제도 없기에 저의 곡의 정당성은 성립된다고 생각합니다.


○ 애니메이션 '로젠 메이든' 과 너무 닮지 않았나요?

음악적으로는 로젠 메이든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만 BGA 의 분위기 때문에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BGA 의 기본 컨셉을 담당하신 D-myo 님께서 말씀하셔야 할 부분이겠지만 기왕 쓰는 김에 여기서도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OblivioN 의 곡을 만들고 있을 때에 애초에 이 곡의 Graphic Concept 을 담당할 사람은 D-myo 님이 적격이다 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기본적으로 「SIN」보다는 보다 여성적인 느낌에, 우아한 미장센을 그릴 수 있으며 끝자락이 sharp 한 펜선의 느낌과 조금은 dark 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을 분이라고 생각하여 부탁드렸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본식의 만화에서의 고스로리(Gothic Lolita) 장르는 일종의 코드 문화로써, 상당히 단순한 요소 몇가지만 갖추어지면 성립되는 스타일입니다. 이런 식의 일본 코드 문화 중 다른 예를 들자면 캐릭터에 고양이 귀에 고양이 꼬리, 가죽 채찍에 촛불 (...) 이라던지. 이런식으로 몇가지만 있으면 무언가가 쉽게 연상되는 일본 만화에서의 코드화는 너무 심해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현재 DJMAX 에서 그래픽적인 면에서 Gothic Lolita 라던지, 유행의 구체관절 인형 관련의 코드는 없다고 생각되어 그 요소를 조합하여 표현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현재 그런 류의 일본 만화 중에서 가장 알려진 것이 '로젠 메이든' 이고, 우리나라는 일본이 아닌 만큼 과거에 그런 류의 문화 코드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근작의 '로젠 메이든'이 마치 고스로리 또는 구체관절인형물의 Original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일부 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일본의 DJMAX 커뮤니티에서는 반대로 OblivioN 을 보고 '로젠 메이든' 을 언급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고 로젠 메이든과 전혀 다르다! 이것은 억지스러운 발언이겠죠. 분위기와 캐릭터의 느낌이 정말 닮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확실하게 설명하자면 로젠 메이든이나 OblivioN 의 컨셉이나 둘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전 부터 유행하고, 일본에서는 상당히 오래전 부터 있었던 Gothic Lolita 분위기와 인형 등등을 모체로 했다. 라고 설명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 그 외 이것저것...

아무쪼록 곡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아서 글을 써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참조하시는데에 도움이 되어 별다른 오해 없이 게임을 즐겁게 즐기실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지 않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곡의 난이도 면에서 클라이막스가 약한 것 같다라는 평을 많이 듣고 있으며 저로서도 수렴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오블리비언의 후반부는 음악적인 클라이막스 보다는 게임적인 요소에서의 클라이막스를 노리고 만들었습니다만 여러가지 여건 상 아쉽게도 표현되지 못하게 된 경우입니다.

종반부의 벨 소리와 팀파니(타악기) 를 치는 엔딩 구성이 클라이막스의 맥을 빠지게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 음을 연주하는 것은 EASY 에서의 경우이고, 실은 그 뒤에 숨어있는 Piano 의 16분음표 연속연주 (일명 계단타기. 밑의 데모곡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를 의도하여 음악의 클라이막스를 느낄 새도 없이 갑자기 쏟아지는 노트를 연주하는데에 급급하게 하는 것을 의도했습니다만 여건상 그리고 전체적 흐름에서의 난이도의 갑작스러운 상향 변동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어 현재 게임 버젼에서는 표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덕분에 김빠진 클라이막스는 저 역시도 느끼고 있는 바인데, 혹시나 SC 버젼이라던지 그런 것이 있으면 지옥의 계단타기를 맛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즐거운 게임 플레이 되시길 바랍니다.


:: 「OblivioN」 은 DJMAX 전용 악곡이며 곡의 권리는 작곡자인 ESTi 와 (주)펜타비젼/CJ인터넷 에게 있습니다.



ESTi - DJMAX - OblivioN (DEMO without Electric Sounds)

45 sec PREVIEW version (original version is 2 min 00 sec)
Composed and Arranged by ESTi / Visualized by D-myo, NG, Tari, ECO
'DJMAX' are trademarks of PENTAVISION CORPORATION
Copyright ⓒ since 2000 CJ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

by EZ_Complex | 2005/05/11 11:46 | Me & Game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Taeppy.egloos.com/tb/130285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와우 at 2017/08/13 22:15
참고 : 이 글에는 '~ㅂ니다만' 체가 무려 17번 사용되었습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